팝업스토어 마케팅 사례와 남겨진 숙제

언젠가부터 SNS에 팝업스토어가 노출되기 시작했습니다. 방문 인증샷, 자세한 리뷰를 올리는 블로그 등 팝업스토어를 다루는 글들이 심심치 않게 보이기 시작하면서 이제는 방문할 만한 팝업스토어를 카드 뉴스로 정리해서 소개하는 계정들이 인스타그램 둘러보기에 즐비합니다. 이처럼 황금기를 보내고 있는 팝업스토어 마케팅의 특징과 인기의 이유, 그리고 문제점을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팝업스토어 마케팅 사례와 남겨진 숙제

팝업스토어 특징

일정 기간만 운영되는 임시 매장인 ‘팝업스토어’는 독특한 특징을 갖고 있습니다. 단순한 판매 매장 용도로 전시되는 것이 아닌 공간을 브랜드의 메시지로 가득 채우고 고객의 오감을 자극하는 비주얼 요소를 곳곳에 배치합니다. ‘경험’을 통해 고객이 직접 브랜드를 자연스럽게 수용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팝업 주제에 맞게 단기간 대여한 공간을 꾸미기 때문에 스토리를 더욱 명확하게 전달할 수 있습니다. 브랜드의 기존 팬들은 물론 새로운 고객과의 관계 구축에도 효과적입니다.

팝업스토어와 소비 심리의 연결 고리

아무리 훌륭한 마케팅 수단이어도 찾아오는 사람이 없다면 무용지물입니다. 하지만 아시다시피 이제 팝업스토어 마케팅은 필수 마케팅 중 하나로 자리를 잡은 것 같습니다. 우리는 왜 이렇게 팝업스토어에 열광하는 걸까요? 소비자가 오픈런까지 고사하게 만드는 팝업스토어는 어떤 소비 심리를 자극했는지 알아보겠습니다.

  • 인스타그래머블한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최적의 환경

앞서 언급했듯이, 팝업스토어에는 고객의 눈을 즐겁게 할만한 요소들이 많습니다. 온라인에서만 만났던 소비자와 브랜드가 실질적으로 접촉할 수 있는 기간 동안 최대의 경험을 제공해야 하기 때문에 즐길 거리 또한 가득하죠. 경험과 도전을 좋아하는 1030세대는 이를 ‘나’를 표현하는 매력적인 수단으로 인식합니다.

  • 운영 기간에만 구매할 수 있는 한정품 판매 즉, ‘희소성’

팝업스토어는 최소 이틀에서 한달까지 진행되는 단기성을 갖고 있습니다. 기업은 열린 기간에만 브랜드를 경험하고 한정 판매 제품을 구매할 수 있다는 소비 심리를 건드립니다. 이를 인증샷으로 남겨 소셜미디어에 과시하는 트랜드와 시너지 효과를 내기도 합니다.

  • 일반 매장과는 다른 혁신적인 인테리어에서 받는 자극

팝업스토어가 공간 인테리어에 집중하는 것은 여기에 있습니다. 팬데믹 이후 장소에서 일어나는 경험의 소중함을 많은 이들이 지각하기 시작했으며 기업들은 그 경험을 콘텐츠로 재생산해 다양한 효과를 창출하고 있습니다. 팝업스토어 마케팅 또한 브랜드만의 아이덴티티와 스토리를 담은 인테리어를 통해 고객의 마음을 움직이고자 합니다.

  • 브랜드와 소비자의 물리적 연결

팬데믹은 브랜드와 소비자를 고립시켰습니다. 온라인에 갇혀 있던 둘에게 쌓여있던 실질적 연결에 대한 욕구가 팝업스토어의 인기에 영향을 끼친 것도 부정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손으로 만지고 입어볼 수 없었던 옷들을 우리의 오감을 통해 접하며 상호 신뢰까지 쌓을 수 있습니다.

팝업스토어 마케팅 성공 사례

[시몬스 그로서리]

시몬스는 2022년 청담동에 정육점 콘셉트의 그로서리 스토어를 열었습니다. 시몬스는 2019년부터 침대 없이 색감과 음악만을 활용한 광고 캠페인을 진행해 왔는데요. 청담동에서 진행된 시몬스 그로서리 팝업스토어 역시 침대 없는 팝업으로 전개됐습니다. 1층은 유럽의 육가공 식품 판매점을 연상하게 했으며, 농구공, 소주잔, 롤러스케이트 등 브랜드의 재치를 담은 굿즈들을 소개했습니다. 특히 ‘삼겹살 수세미’는 품귀현상을 빚기도 했죠. 2층에는 지역사회에서 발굴한 먹거리로 가득했습니다. 북적한 1,2층과 달리 3층은 브랜드의 2022년 캠페인 디지털 아트 전시를 볼 수 있는 힐링 공간으로 완성했습니다.

시몬스 그로서리의 성공 요인은 바로 ‘의외성’에 있다고 사람들은 말합니다. 침대를 판매하는 브랜드에서 주요 상품인 침대 없는 팝업스토어를 열었다는 점이 사람들을 불러 모은 것입니다. 일방적인 주입이 아닌 호기심을 자극하고 소비자와 지역사회를 잇는 교두보 역할까지 해내며 마케터들 사이에서 팝업스토어 마케팅의 성공 사례로 평가받는 시몬스입니다.

[제주위트 시장-바]

팝업스토어가 주로 열리는 더현대서울과 성수동을 선택하지 않은 브랜드도 있습니다. 바로 제주맥주입니다. 수많은 간판들 사이 세련된 분위기를 자아냈던 ‘제주 위트 시장-바’ 팝업은 로컬 미식 여행을 주제로 한국 로컬 미식 문화를 가장 생생하게 경험할 수 있는 장소인 광장시장에서 열렸습니다. 다양한 음식과 제주 위트 에일을 페어링 해볼 수 있는 최적의 장소로 백화점과 성수동보다는 ‘시장’일 것이라는 판단을 내린 것입니다. 팝업스토어 1층에서는 다양한 굿즈를 만나볼 수 있으며, 매주 주말에는 ‘제주위트 심야포차’가 열리기도 했습니다. 송은이, 김숙, 노홍철 등 유명인과 함께 제주 위트 에일을 즐길 수 있는 이벤트였습니다. 조금은 허름한 시장 가게들 사이에 유독 눈에 띄었던 해당 팝업 역시 호평을 받았습니다.

제주위트 팝업스토어 마케팅맥주 팝업스토어

[더 퍼스트 슬램덩크]

2023년을 뜨겁게 강타했던 영화가 있습니다. 바로 <더 퍼스트 슬램덩크>입니다. 더현대서울에서 열린 팝업스토어는 폭설에도 오픈 전날 300명 가까이 대기를 했으며 5일만에 5억 원의 매출을 올렸습니다. 높은 가격대의 한정판 피규어와 유니폼 패키지가 가장 먼저 품절됐으며 더현대대구에서 이어 열린 팝업에서도 5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습니다.

슬램덩크는 워낙 인기가 많은 작품이고 <더 퍼스트 슬램덩크>는 이노우에 카케히코가 오랜만에 선보이는 신작이기 때문에 더욱 인기가 대단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팝업스토어 이외에도 원작 만화책의 판매는 무려 2000% 이상 증가하기도 했으며, 세븐일레븐 x 롯데칠성음료의 ‘슬램덩크 와인’ 출시, 슬램덩크 OST 한정판 LP 출시, 영화 OST를 부른 일본 밴드 텐피트가 내한을 하기도 했습니다.

슬램덩크 팝업스토어 마케팅

팝업스토어가 남긴 숙제

이렇게나 화려한 면을 보여주는 팝업스토어 마케팅에도 문제는 있습니다. 핫플레이스로 불리는 성수동이나 신사동 가로수길 거리에서 ‘팝업’, ‘대관’같은 현수막을 쉽게 찾아볼 수 있는데요. 2023년 6월 기준 성수동 일대 상가의 하루 대관 비용은 약 10평당 100만 원에서 150만 원을 호가했습니다. 팝업스토어가 만약 일주일간 열린다면 최소 3000만 원에서 최대 5000만 원의 대관 비용이 든다는 말입니다.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건물주들도 임대보다 팝업을 선호하게 되었습니다. 아예 임대차 아닌 팝업으로만 건물을 운영하는 경우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 부르는게 값, 그리고 젠트리피케이션

팝업 매장들이 거리의 이미지를 젊고 트랜디하게 바꿨지만 1년 새 30% 이상 오른 임대료와 권리금은 낮은 임대료로 장사하거나 거주했던 기존 상인, 주민들을 거리로 내몰기도 했습니다. 당시 성동구청은 서울숲길을 포함한 성수1가2동 일대를 ‘지속가능발전구역’으로 정했습니다. 프렌차이즈 매장 입점이 일부 제한되고 과도하게 임대료, 권리금을 올릴 수 없도록 막기도 했지만 발전구역에 포함되지 않았던 곳들의 임대료가 다시 올라가기 시작하면서 상인들은 고통을 토했습니다. 또한 높은 임대료를 감당할 수 있는 대형 브랜드의 팝업스토어로만 치우치고 있어 중소형 브랜드의 시장 진출을 어렵게 만들기도 합니다.

  • 처리하기 애매한 엄청난 양의 쓰레기

시장의 불균형을 가속화하는 것 이외에도 큰 문제가 있습니다. 바로 폐기물 처리입니다. 포토 스팟과 다양한 볼거리 및 재미를 제공해야하는 팝업스토어 특성상 많은 인테리어 재료 및 가구가 필요합니다. 짧은 기간 동안 사용된 구조물은 재활용되지 않고 모두 폐기 처리가 되는 것이 현실입니다. 가장 흔한 10~14평 면적의 팝업스토어 매장을 철거할 경우 대략 트럭 1톤의 폐기물이, 대형 브랜드가 운영하는 팝업 행사가 종료될 때에는 30톤에 달하는 폐기물이 나온다고 합니다. 건설폐기물의 경우에는 재활용 촉진을 위한 법률이 존재하지만 팝업스토어에서 발생하는 폐기물 처리는 기준이 모호해 기업의 자율성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단기간 진행되는 팝업이기 때문에 인테리어가 저렴한 합판을 목공용 스테이플러로 고정하는 방식을 채택하며 해체 시에 파손이 불가피해 이미 자재의 재활용은 고려 대상조차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이를 규제할 폐기물 처리 기준을 빠른 시일 내에 정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황금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성황을 이루고 있는 팝업스토어 인기의 이유와 그 뒤에 남겨진 문제점들가지 살펴봤습니다. 팝업스토어가 갖고 있는 좋은 점들도 있지만 이제 우리에게 주어진 숙제들을 보아야 할 때가 아닐까요? 좋은 것들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노력이 필요하며 우리들의 의식에도 변화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참고 자료]
쉽게이트, 브랜드가 팝업스토어를 내는 이유
인사이터, 팝업스토어 운영 마케팅 전략
중앙일보, “하루 대관료 1000만 원”…일부러 상가 비우는 성수동 건물주
온큐레이션, 팝업스토어는 죽어서 쓰레기를 남긴다
경향신문, ‘팝업’이 밀어올린 임대료…성수동은 ‘젠트리피케이션’을 막을 수 있을까
조선경제, 1주일 임대에 1억인데 내년까지 예약 꽉차….성수동 부동산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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